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물들은 저마다 생존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날카로운 이빨, 강력한 턱, 빠른 다리, 치명적인 독 등으로 다른 짐승을 공격하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보호색이나 냄새 등으로 자신을 숨기는 능력을 가진 짐승들도 있습니다. 후자는 대부분 약한 동물들에게 있는 능력입니다. 이런 동물들 사이에 독특하게 자신의 신체 일부를 포기함으로 생명을 건지는 녀석도 있습니다. 그것은 도마뱀입니다.
도마뱀은 위기를 만나면 자신의 꼬리를 자르고 달아납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저도 도마뱀의 꼬리를 자른(?)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이 도마뱀은 꼬리를 잘랐다고 고통을 느끼거나 피를 많이 흘리지 않습니다. 도리어 시간이 지나면 약간 다른 색깔을 띠긴 하지만 새로운 꼬리를 만들어 냅니다.
요즘 같은 정치시즌에 흔히 듣는 말이 “꼬리 자르기”입니다. 몸통인 정당이나 리더가 위기를 겪을 때 누군가 희생양을 만들어 잘라버리는 것입니다. 몸통이 살아야 한다는 허울 좋은 이유를 들어 꼬리를 자릅니다.
이것은 정치권 뿐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하는 세상의 대부분의 일에서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꼬리를 자를 때 몸통과 꼬리는 각각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입니다. 몸통은 꼬리를 자르고 난후 다른 꼬리를 만들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잘린 꼬리는 몸통이 자신을 다시 찾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택권이 없는 꼬리는 계속해서 몸통이 자신을 부를 때를 기다리며 감옥에 가거나 생명의 위험까지 감당합니다. 꼬리는 그렇게 기다리다가 죽어갑니다. 아주 슬프고 냉혹한 현실입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꼬리를 자르지 않습니다. 도리어 꼬리를 위해 목숨을 버립니다. 사탄이 꼬리인 성도를 죽이겠다고 덥석 잡을 때 주님은 꼬리를 자르기 보다는 꼬리를 위해 자신의 몸통을 포기하시는 분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 같으니 나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요10:15)”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꼬리를 버리는 세대, 그러나 예수님은 꼬리를 위해 몸통을 버리는 분임을 기억하고 본받아 우리도 이익을 위해 연약한 사람들을 잘라내는 자들이 아니라 그들을 품고 함께 고통하며 함께 우는 자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꼬리와 함께 고통의 자리로 떨어진다 해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