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오늘 제 나이 33살 때,

주님의 뜻이면 한다는 오직 한가지 생각으로 교회를 시작했습니다.

돌아보면 인간적으로는 무모했지만

주님의 은혜 가운데 인간적 뇌가 비게 하시고

오직 주님의 뇌로 채워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더니 벌써 11년입니다.

 

더구나 오늘 친구목사가 설립예배를 드리는 곳에 갔다 왔습니다.

저와 동일한 날에 설립하는 친구의 모습 속에서 11년 전 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31살 때 전원교회의 꿈을 안고 시작했던 교회는 빚만 남겼고

그 후에 후임으로 들어갔던 교회가 다른 교회와 연합하는 것으로 인해

사임하며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니 카드 빛이 저의 전 재산이었지만

교회를 시작한다는 것 하나로 행복했던 날이었습니다.

 

11년 전 오늘도 맑고 따뜻했습니다.

비록 교회 앞에 와서도 교회가 어디냐고 전화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작은 지하에서 시작한 교회였지만 그 어느 큰 교회 부럽지 않았습니다.

 

내일 11주년 감사 예배를 준비하느라고 교회가 분주합니다.

꽃꽂이에, 음식 준비에, 찬양단의 찬양준비에, 저는 설교 준비에.....,

모두 분주한데 제 마음 속 한 구석에는 허전함이 있습니다.

11살이 된 교회의 모습이 외형적으로 성장하지 못해서인가봅니다.

 

광명시에서 빚으로 시작했던 교회는 모든 빚을 갚고  

1년 반만에 전 성도가 구의동으로 옮겨왔고 나름 급성장했습니다.

교회의 분열과 갈등은 남의 일인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던 우리도 몇 번의 아픔을 겪으면서

자신을 추스리는 것 하나만도 힘겨워하는 교회가 되어 있기 때문일까요?

개척 때부터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았고 도리어 선교사들에게 선교비를 보내고

해가 거듭할수록 그 규모가 커진다는 자부심,

교회가 계획 한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자부심,

그 어느 교회보다 행복한 교회라는 자부심,

동기들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잘한다는 말로 인한 자부심,

그런 자부심은 저를 교만하게 했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교회의 목사인 제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목사인줄 착각하며 교만했었습니다.

 

그 교만이 저와 우리 교회의 지금을 만들었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고백이

겸손을 떠는 것이 아닌

진짜 고백이 되게 하셨습니다.

 

학개 선지자의 말씀처럼

'오히려 우리에게 성령이 있다'는 말이

지금 우리에겐 가장 큰 위로이고 소망입니다.

 

이 글을 쓰며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우리 하림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주님의 뜻대로 바르게 성장하여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바르게 감당하는 목사와 성도들이 되도록.....,

 

하림교회 11년  생일날 

햇볕은 들어오지 않지만

주님의 은혜의 빛으로 가득한

사무실에서 주님의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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