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둘째날 아들과 함께 유아실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전날 철거했던 자리에 목재상에서 나무를 잘라 우리 나름의 쇼파를 만들었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었습니다. 집에 가서 함바집 아줌마(집사람)의 밥을 먹을까 아니며 자장면을 사먹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 때 아들이 소리지며 말했습니다. "자장면!"

아이들이야 모두 좋아하는 음식이니까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아들놈의 말이 저를 웃게 했습니다.

 

공사장에서 먹는 자장면이 최고랍니다.

교회에서 자장면집까지 1분이면 가고 직접 가서 먹으면 천원이 싼 가격인데 아들놈은 궂이 시켜 먹어야 한답니다.

그것도 작업을 하는 그 자리에 앉아 먹어야 한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네가 그 맛을 어찌 아냐고

그랬더니 아들이 하는 말이 언젠가 공사장 곁을 지나는데

인부 아저씨들이 공사장에서 둘러 앉아 자장면을 먹는 것을 보았답니다.

그때 그 자장면이 그렇게 먹고 싶었고 자기도 언젠가 한번 일을 하다가 먹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네요.

그 소원을 오늘 이룬 것입니다.

 

아들이 탕수육도 시키자는 것을 제가 타협점을 제시했습니다.

저는 짬짜면(자장면과 짬봉) , 아들은 탕짜면(탕수육과 자장면)을 시켰습니다.

깨끗한 테이블을 뒤로하고 아들의 소원대로 작업하던 나무 위에 음식을 차리고 먹었습니다.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맛있어?"

"최고"랍니다.

 

아들녀석이 힘든일을 재밌게 도와줘서 참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아들과의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든 하루였습니다.

 

아! 또 하나 팔푼이 소리를 해야겠네요

 

자칭 쇼파를 나무로 모두 제작한 후에 아들과 벽을 긁었습니다.

곰팡이 나고 습기에 젖어 벽에서 들뜬 도배지를 벗겨내는데 아들 녀석이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 참 잘됐네, 이렇게 곰팡이가 피고 물에 벽이 젖으니까 유아실을 새로 만들게 되었잖아.

주일날 애기들이 와서 보면 깜짝 놀라고 행복해 하겠지......,"

 

기특하죠. 저보다 더 긍정적이죠 ㅎㅎㅎㅎ

아들 녀석 참 이뻤습니다.

 

지금까지 팔푼이 황목수였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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