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격 앞으로
얼마 전에 목사님들에게 성경을 강좌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개척을 했거나 준비 중이었습니다. 교회를 개척해서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 너무나 힘든 시대에 살다보니 누군가 개척을 하면 잘했다고 칭찬도 하지만 마음 한쪽 구석에 염려가 일어나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몇 년 된 통계지만 교회 열 개가 개척되면 열두 개가 문을 닫는다고 하고 교회의 평균 유지 기간이 2년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분들과 말씀을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내내 개척에 대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자신의 전 재산과 젊음을 다 바쳐 개척을 하고 몇 년이 못 되어 길거리로 나앉는 수많은 목회자들과 교회들은 사람들 사이에 패배자로 낙인찍히고 다시 시작할 여유와 힘을 잃게 되는 환경 속에서 계속해서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예배가 드려지는 교회 열 개 중에 여덟 개는 미자립이라는 현실 속으로 뛰어드는 일은 얼 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던 중 한 가지 그림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고지를 빼앗는 군대의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철원입니다. 그곳에 유명한 “백마고지”가 있습니다. 휴전을 앞두고 철원평야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아군과 적군이 치열하게 싸웠던 곳입니다. 약 10여 일간 싸우면서 12차례의 쟁탈전을 반복하여 7회나 주인이 바뀌고 결국 우리가 이긴 전투였습니다. 이 전투에서 적은 14,389명이 사상자를 냈고 아군은 3,396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치열한 전투에서 누군가는 지휘관의 “돌격 앞으로”라는 말을 듣고 뛰어 나가다가 죽은 사람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며칠간의 치열한 전투를 경험하다 죽은 이도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고지를 최종적으로 점령하기 전에 죽은 이도 있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 부대로 전입 와서 처음 전투에 참여했는데 그날 고지를 최종적으로 점령하고 깃발을 꽂은 이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들 중에 깃발을 꽂은 이만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죠 그가 깃발을 꽂을 때까지 수없이 죽은 사람들의 피 위에 영광스런 깃발을 꽂은 것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제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저의 목회현장을 비롯하여 계속 전입해 들어오는 신병들처럼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자가 되어 개척의 현장을 뛰어드는 모든 목회자들과 그들과 생명을 같이하고 “돌격 앞으로”라는 말에 순종하여 행하는 모든 성도들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가치 있는 희생을 치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저를 며칠간 울게 했습니다. 가슴이 벅찼습니다. 비록 세상에는 만물의 찌꺼기 같은 취급을 받으며 심하게는 “개독교”, “개먹사”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이 길이 영혼을 건지며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소망이신 주님을 전하는 귀한 일을 한다는 영적 자부심으로 행복한 날을 보냈습니다. 자! 이제 주님께서 앞으로 달려가시며 우리들을 향해 말씀하시는 “돌격 앞으로”라는 말에 기꺼이 달려갑시다.
“그러므로 예수도 자기 피로써 백성을 거룩하게 하려고 성문 밖에서 고난을 받으셨느니라 그런즉 우리도 그의 치욕을 짊어지고 영문 밖으로 그에게 나아가자”(히13: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