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by 하림 posted Nov 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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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며칠 전 어느 사회 교육원에서 주관하는 작은 음악회에 초대를 받아 간적이 있습니다. 정말 추운 날 찬바람을 맞으며 찾아간 곳은 광진교 다리 아래 작은 홀이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고 그 날 출연하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음악회답게 출연자들의 가족과 친지들이 대부분이었고 테이블마다 간식이 준비되어 있어서 일반적인 음악회와는 다른 가족적인 분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예정된 시간보다 10여분 늦게 시작되었고 그들을 지도하셨던 선생님의 인사로 음악회는 진행되었습니다. 그들이 무대로 나설 때마다 지도하신 분의 긴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어떤 분은 성악을 시작하신 지 3년이 되었지만 처음에는 음치 박치였다는 분, 어떤 분은 시작한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다는 분, 그리고 어떤 분은 전에 성악을 하다가 심한 질병을 앓았고 다시 시작하여 많이 회복되었다는 분 등 모든 참석자 분들의 사연이 소개 된 후에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그분들의 노래 자체는 그리 잘하는 노래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참석한 사람 누구도 그들의 노래를 듣고 비웃거나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그 어느 공연보다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고 격려의 함성이 넘쳤습니다. 어떤 분은 눈시울을 적셨고 어떤 분은 자신이 그 어려움을 극복한 양 출연한 사람보다 더 기뻐했습니다. 저도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격려의 함성과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날 음악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용기라는 두 단어가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그들은 객관적으로 노래를 잘하진 않았지만 그 누구의 비난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생전 처음 무대에 섰고 피아노와 현악기들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른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사시나무 떨 듯이 떨었고 어떤 분은 치마가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것처럼 떨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중간에 내려간 사람이 없었습니다. 실수가 반복되었지만 포기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 누구도 잘하고 못하고를 평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추워 옷을 두껍게 입고 앉아 들어야 하는 곳이었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따스한 날이었습니다. 아픔과 부끄러움을 이기고 사람들 앞에 선 그들은 진정 용기있는 자였습니다. ‘용기’, 그것은 자신과 지켜보는 이들 모두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출연한 모든 사람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축복합니다. 영원히 훌륭한 성악가가 되지 못해도, 음정과 박자와 무관하게 노래를 불러도 그분들의 노래는 언제나 듣는 이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것입니다.

 

이 땅의 모든 이들의 도전에 파이팅을 회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