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즘
아들 녀석이 사춘기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요즘 아들 녀석이 거울을 보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는데 녀석은 거울 속 자신에게 흠뻑 빠져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행복해하고 흡족해 하는 모습을 보면 입가에 웃음이 절로 납니다. 완전 나르시즘 환자입니다. 아들 녀석을 보다가 그리스신화의 나르키소스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나르키소스는 보이오티아의 강의 신 케피소스와 님프 리리오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인데 아름다운 용모 덕분에 많은 처녀들과 님프들로부터 구애를 받았습니다. 그를 한번 본 처녀는 누구나 다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나르키소스는 제아무리 아름다운 소녀라 할지라도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거절당한 여인 중 하나가 나르키소스도 사랑의 고통을 겪게 해달라고 빌자 복수의 여신인 네메시스가 이를 들어줍니다.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는 나르키소스가 남을 사랑할 줄 모르는 것에 화를 내며 그 벌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저주를 내렸습니다. 네메시스의 저주의 효과는 즉시 나타났습니다. 사냥을 나갔다가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고 샘에 간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자 온 정신을 빼앗기고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자리를 떠나는 것도 잊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마음씨 고운 요정들은 평소에 나르키소스가 거들떠보지도 않던 것을 잊고 이 아름다운 젊은이를 묻어 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요정들이 샘가에 와 보니, 나르키소스의 모습은 간 데 없고 쓰러졌던 자리에 이름 모를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모두들 이 꽃을 나르키소스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우리말로 수선화입니다. 이런 나르키소스의 이름에서 나온 용어가 나르시즘입니다. 그 뜻은 자기애착, 자아도취 등입니다.
나르시즘은 대부분 병적인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일컬을 때 사용되지만 건강한 나르시즘은 본인을 행복하게 합니다. 요즘같이 자살이 많고 절망이 많은 시대에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어찌보면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건강한 자아사랑 그것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아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아들을 내어주시면서 구원해 내신 소중한 존재입니다. 건강한 나르시즘을 소유한 사람이 되십시오. 오늘 거울을 보시면서 스스로에게 홀딱 반해보면 어떨까요? 거울 안에 있는 자신을 좀 더 사랑하면 삶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